한중 FTA의 실질적인 타결이 되고, 앞으로 구체적인 문안을 조정하는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애초에 우려하던 것처럼 초민감 품목을 상당히 빼고 타결이 된 셈이므로, 이를 통해서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 업종은 크게 줄였다고 볼 수 있으나, 대상이 되는 인구수가 워낙 엄청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모는 엄청스럽다. 관세 감면액이 매년 6조원에 이른다고 하는 것을 본다면 그 전체적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한중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는데도, 아직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석유화학 분야의 관세 감면 시점이 10년 뒤라는 점에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 10년이라는 시점이 바로 중국이 석유화학 분야의 소비량 전체를 자립적으로 생산하게 되는 년도와 일치하기에 실질적으로는 이 분야에서는 FTA의 효과가 전혀 없게 된다는 우려이다. 물론 양국의 협상담당자들도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중국 측의 방어가 있었다면 그만큼 한국 측의 어느 분야에선가 보호를 받아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도 리용우(李勇武) 중국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 회장이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덩치 키우기에 급급해 생산과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동질 상품 경쟁만 치열해졌고, 낮은 기술력으로 인해 저가품 판매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석유화학 산업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에서 10년 동안 건설하는 석유화학 분야의 공장은 석탄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석유화학을 대체한다고 한다. 석탄을 사용하는 방식은 원가(原價)의 측면에서는 매우 효과적일지 모르겠으나, 기후변화협약에서 탄소배출권 논란이 생겨져 있는데, 그동안 교토의정서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던 미국이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한편으로 10년 동안의 유예기간 동안에도 중국에서는 어디에선가 석유화학 분야의 원료를 사와야 하는데, 관세 부분만큼은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그만큼 완제품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필자는 한중 FTA가 애초에 중국 측의 수출 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책으로 거론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검토를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중 FTA가 ??실질적인 타결??에 도달한 시점에서 새로운 검토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양국 협상담당자들이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므로, 앞으로의 석유화학 분야의 전망을 포함하여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려면, 실질적인 타결이 된 상태에서 그냥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안으로 한국 쪽에서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필자로서는, 한국 측이 중국에서 유연탄 80만톤과 양고기 5만톤을 상한으로 하여 관세 조절을 해서 수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에 대신하여, 석유화학 제품을 중국 측에 80만톤을 상한으로 지금부터 관세조절 해서 수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석유화학 제품은 하나의 단위 공장에서 대체로 매년 240만톤을 생산한다. 이번에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가는 석유화학도 240만톤인 셈이며, SK가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함께 우한(武漢)에 세운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도 250만톤 규모이다.

한국에서는 유연탄을 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노천탄광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에서도 매년 240만톤을 POSCO에서 수입하기로 된 모양이다. 중국에서는 유연탄이 생산 과잉되어, 몽골에도 떼 넘기듯이 팔고 있다. 지금까지 기존의 거래처가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은 분량을 새로운 곳에서 가지고 오는 것은 가격 면으로나 분량 면으로 그리 쉽지는 않은 점이 있겠지만, 지금 한국의 울산에서는 생산설비를 충분히 가동하지 못 하므로 고민이 깊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양국 협상팀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 그리스에서 셸 가스의 채굴방식이 개발되어, 이를 이용하여 미국에서 적극적인 채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이를 값싸게 구매하고 있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구매하지 못 하고 있는 듯하다. 에너지 자원이 다양화되므로 석유나 석탄이 점차 저렴해 지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조정이 유연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이라는 산업은 장치산업이므로, 먼저 생산하기 시작하여 감가상각(減價償却)을 마친 쪽의 공장이 아무래도 유리한 입장이기는 하지만, 생산과잉을 초래하게 되면, 생산효율에서 계산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점을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양국의 협상담당자들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임대희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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