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를 중시하는 유럽, 수소 엔진에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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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관련 기업이 신기하게도 하나같이 수소 엔진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전기자동차(EV) 외길’이라고 생각되었던 유럽의 자동차 전략 너머에서, 호시탐탐 수소(H2)의 경쟁 우위를 구축하려는 강력한 전략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토요타 자동차가 방침을 전환하여 수소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희한하게도 유럽과 같은 궤적을 보이고 있는데, 고군분투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2021년 4월 말에 개최된 파워트레인 국제회의 ‘42nd International Vienna Motor Symposium(빈 모터 심포지엄)’에서 유럽 자동차 관련 기업이 수소 엔진 기술을 속속 발표했다. 독일의 Daimler와 Bosch 등 대기업에 더하여 유럽의 기술 전략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 오스트리아 AVL 및 독일 FEV, IAV 등이 최신 수소 엔진 기술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IAV는 EV와 디젤 엔진, 수소 엔진, 연료전지차(FCEV), 이렇게 4종류의 파워트레인을 비교하고, 30년을 내다보는 독일의 전력 구성에서, 수소 엔진이 탈탄소를 위한 유력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먼저 중국에 대한 대항책을 우선한다

유럽은 CO2 배출량 규제가 특히 엄격하다. 2030년에는 2021년에 비해 50% 이상을 절감하도록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한다. 대량의 EV를 판매하지 않으면 규제를 지킬 수 없다. 현재 유럽의 기업들은 EV를 투입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러한 유럽에서 수소 엔진의 개발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EV만으로는 카본 뉴트럴(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 전략상, 먼저 EV를 중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수소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유럽 자동차 전략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EV와 전지 개발에서 앞서 나가는 중국에 대한 대항책을 서둘러 만들어야 하며, 일단은 EV 보급을 우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뒤편에서는 수소에 크게 투자하여 세계적으로 누구보다 빨리 유럽에 수소 공급체인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소 엔진의 개발은 그 전략의 일환이다.’
자동차의 경우, A에서 B 세그먼트의 소형차에서는 EV가 적합하며, 수소 파워트레인의 필요성이 낮다. 한편 상대적으로 EV에 적합하지 않은 중대형차 및 상용차 등의 카본 뉴트럴화를 추진하려면 수소가 효과적이며, 이것이 수소가 활약해야 하는 장소이다. 상품 전략적으로는 디젤 엔진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럽은 일찍이 엔진의 카본 뉴트럴화에 힘을 실어왔다. 대표적인 예가 H2와 CO2의 합성 연료인 e-fuel의 개발이다. 예를 들어 독일 Audi는 10년쯤 전부터 e-fuel의 연구개발에 힘써 왔다.
e-fuel의 가장 큰 이점은 기존의 휘발유 엔진을 크게 개량하지 않아도 카본 뉴트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자동차의 CO2 배출량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적지 않은 수단 중 하나이다. 자동차 관련 CO2 배출량 중 대부분은 이미 판매된 엔진 자동차에서 배출된다.
하지만 e-fuel에는 과제도 많다. 현재로서는 비용이 너무 비싼 데다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과제가 있다. e-fuel(탄화수소 사슬)을 합성하는 Fischer-Tropsch(피셔 트롭쉬, FT) 반응에서는 고온ㆍ고압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또한 투입한 H2와 CO2에 대해 FT 반응으로 생성할 수 있는 탄화수소 사슬의 양은 60~70%로서 수율이 낮아 비용이 올라간다.
휘발유 연료를 모두 e-fuel로 바꾸는 것은 큰 기술 혁신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EV만으로 카본 뉴트럴을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럽은 e-fuel 외의 선택지를 넓히려 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생각해낸 것이 수소 엔진이다. 수소 엔진을 추진하는 일은 유럽의 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도 이점이 있다. 유럽은 자동차용 엔진의 발상지다. 경쟁 우위에 있는 엔진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카본 뉴트럴 전략은 ‘닛산’에 의존?

한편 일본은 어떨까. 최근 토요타가 수소 엔진의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카본 뉴트럴을 실현하기 위해 파워트레인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함이다. 토요타의 경우, 수소 파워트레인으로서 이미 FCEV를 보유하고 있다. 수소 엔진차와 경쟁하기 어려워 지금까지는 수소 엔진의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수소 사회라는 장대한 목표를 실현하려면 파워트레인기리의 경쟁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연료 제조 단계와 주행 단계에서 합계한 WtW(웰투힐, 1차 에너지에서 차 바퀴까지)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수소 엔진과 FCEV와 같은 ‘수소 연료차’가 EV에 비해 적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총 보유 비용(TCO)의 관점에서, 승용차에서는 FCEV와 수소 엔진이 동등하고, 소형 상용차에서는 수소 엔진이 유리하다고 내다보았다. IAV Senior Vice President Advanced Development Powertrain인 Marc Sens는 ‘WtW로 생각하면, 수소 파워트레인은 EV보다 CO2 배출량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FEV는 수소 엔진의 과제인 질소 산화물(NOX) 배출량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AVL은 대형 트럭에서 수소 엔진이 디젤 엔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였다. IAV 및 FEV, AVL은 대형 자동차 기업에서 많은 연구 수탁을 받아, 그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사가 수소 엔진의 우위성을 어필한다는 사실은 유럽 자동차 기업의 기술 전략에서 수소 엔진이 EV에 견줄 만한 ‘비장의 카드’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본고는 IRS글로벌이 최근 발표한 [2022 그린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위한 글로벌 수소자동차 기술개발 동향과 시장전망]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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