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EU 신통상정책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성,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둔 통상정책 수립 예상
공급망 다변화 통한 역외국 의존형 수급 탈피, 역외국 수입규제는 강화 전망
올해 1분기 중 발표 계획, 예의주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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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EU의 통상정책은 2015년 융커 전 EU 집행위 정부 때 수립됐던 통상전략인 ‘Trade for ALL’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9년 12월 출범한 신 집행위원회는 EU-미국 간 통상갈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부상, WTO 위기, 디지털 통상, 그린전환 등 지난 5년 동안 역내외적으로 변화된 통상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통상전략 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현재 관련 정책을 수립 중에 있다.
EU 집행위는 새로운 통상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 6월 16일 ~ 11월 15일 관련 역내 의견수렴을 진행했으며 2020년 12월 수렴결과를 발표했다. 의견 수렴은 △ 사회·경제적 회복 및 성장, △ 중소기업 지원, △ 녹색 전환 및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무역, △ 복원력 강화, △ 디지털 전환, △ 공정경쟁 환경 등 6개의 분야별로 진행됐다.
의견수렴 기간 총 24개 회원국 내 414건 의견이 제출됐으며 회원국 정부, 산업계, 정당, 비정부기구(NGOs), 노동조합, 시민 등 역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기업·산업계의 참여도가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가장 큰 참여도를 보였으며 이어 비정부기구·노동조합·정당(24%), 정부·공공기관(5%), 시민(5%), 회원국 정부(1%) 순으로 참여했다.

분야별 의견수렴 주요 내용

<신통상정책 관련 의견수렴 역내 참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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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U 집행위

① 사회·경제적 회복 및 성장

참여자의 대다수가 현재 EU의 다자·양자주의 체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EU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WTO 개혁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WTO 현대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WTO가 다른 국제기구(UN, WHO, ILO 등)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더 국제적인 통상규범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도 제시됐다.
FTA와 관련해 최근 환경 및 노동 분야 기준을 강화한 EU의 FTA 협상에 호응하며 환경 분야에는 파리협정을, 노동 분야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필수로 두고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일부에서 이러한 심화된 기준이 최빈국(LDC: Least Developed Countries)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적인 디지털화 추세와 더불어 FTA 안에 디지털 챕터를 삽입하자는 의견들도 있었다.
대외관계에 있어 참여자의 다수가 EU-미국 등 대서양 양안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브렉시트 합의가 타결된 영국과 보다 긴밀한 통상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EU 투자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술이전 요구는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참여자들은 현재 EU의 대중국 노선이 다소 관대하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 및 아시아 등 다른 주변국과들과의 관계에도 중점을 맞춘 통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② 중소기업 지원

많은 참여자들이 통상정보 제공의 부재를 기업활동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EU가 체결한 FTA에 대해 알지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으로 FTA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애로사항으로는 역외국 시장 내 높은 비관세장벽인 무역기술장벽(TBT)과 위생검역(SPS)을 들며 이러한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신통상정책을 통해 EU가 추진해야 할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EU 집행위에 역외국 내 인증·규제 및 시장정보, 그 외 FTA를 포함한 통상 관련 정보들을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부터 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시장감독과 통관 강화를 요청했다. 이 밖에도 일부 참여자들은 향후 EU가 추진하는 FTA에 중소기업 챕터를 넣자고 제안했으며, WTO 내 중소기업 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③ 녹색전환,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무역

대부분의 참여자가 기후변화대응, 녹색성장, 지속가능성 분야에 대한 중요성에 공감하며 향후 EU의 통상정책은 아동학대, 환경파괴, 온실가스 배출, 인권 등 사회적·환경적인 부분을 모두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현재처럼 EU가 국제사회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체결하는 무역협정 내 환경 및 지속가능성 조항의 이행여부가 중요하며, 협정내용이 준수되지 않는 경우의 제재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환경 및 지속가능성 분야 내 애로 및 건의사항을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제안도 있었으며 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기업실사(Due diligence) 조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럿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와 관련해 대다수가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WTO 규범과의 합치 여부, 다른 국가들과의 통상마찰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기조 등 해당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부분 공감했다.

④ 복원력 강화

많은 참여자들이 공급선 다변화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며,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내 공급망 의존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해외 생산시설을 역내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제안도 나왔으나 전체 산업 분야에 걸친 추진보다는 안정적 수급이 필요한 핵심 산업·제품군에 한정해 추진하자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리쇼어링보다는 인접 국가로부터 아웃소싱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e) 전략도 제시됐다.

⑤ 디지털 전환

많은 참여자들이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자결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에 대한 법적의 틀을 마련해 글로벌 디지털 무역을 선점하고 역내 기업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사회를 구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 이전권 확보라고 밝히며, 역내 기업들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도록 EU 통상정책이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참여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또한 EU FTA에 데이터지역화 관련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으며, 디지털 추적화를 통해 역내 공급망 복원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보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한편, 상당수 기업이 디지털 시대로의 신속한 전환을 위해서 정부 차원의 디지털교육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⑥ 공정경쟁 환경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역외국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기존 무역구제조치의 강화 또는 신규 조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면서도 새로 마련되는 조치는 역외국의 보복관세를 야기하지 않도록 WTO 규범과 합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역내 제품과 역외국 제품의 생산기준이 불공평하다고 밝히며, 공정경쟁을 위해 수입제품에도 역내 생산제품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지속 증가하는 역외국 불법제품의 시장 반입을 막기 위해 역내 회원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통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0년 10월부터 시행되는 역외국 투자스크리닝 제도와 관련해서 다수의 참여자들이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스크리닝 전담 감독기관을 설립해 이행여부를 모니터링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한편, 현재 중지된 WTO 상소기구에 대한 우려와 함께 WTO 개혁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망 및 시사점

집행위는 이번 마련된 역내 의견수렴 결과와 내부적 평가를 종합한 EU의 신통상정책을 수립 중에 있으며, 올해 1분기 중 관련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집행위의 분야별 질문과 수렴된 역내 의견들을 종합해 볼 때, 향후 EU가 수립할 신통상전략은 코로나 위기에 대한 복원력을 단기과제로 추진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 발전, 디지털 전환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이 같은 틀 안에서 공정경쟁 환경조성, WTO 개혁, 파트너 국가들과의 교역·투자 관계 강화, 다자주의 체제 지속, 역내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 등 세부 전략들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 발전 분야의 경우 EU의 중장기 성장전략인 유럽 그린딜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정은 다자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향후 추진하는 FTA에 파리협정, ILO 핵심규약 준수 등을 협상의 필수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됐던 공급망의 문제점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나면서 역내 안정적 공급망을 위한 다변화 전략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핵심 산업·제품군에 대한 리쇼어링 또는 니어쇼어링,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지원 등을 통해 역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공급망을 확보하는 이른바 ‘전략적 자주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EU는 디지털 전환을 차기 EU 통상전략의 중요한 사안으로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당시 수립됐던 기존 통상정책 발표 이후, 크게 발전한 인터넷 환경과 함께 전통적인 국제통상 흐름이 디지털 통상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디지털 통상시대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집행위는 글로벌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20년 12월 15일 디지털 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 및 디지털 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t) 등 두 가지 법안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역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EU의 수입규제 조치는 현재보다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6월, 집행위는 역외국의 보조금 지급을 규제하는 백서를 발간한 후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으며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FTA 이행 여부를 비롯한 EU 통상정책 전반을 감독하는 통상감찰직이 2019년 12월 신집행위원회 출범과 함께 신설된 바, 앞으로 EU의 통상분야 감시체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1~12월 우리의 대EU 수출규모는 총 521억 달러로,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세계 불황 속에서도 전년대비 1.2% 하락에 그치는 등 비교적 탄탄한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수출대상국 3위(1위 중국, 2위 미국)인 EU의 통상환경 변화는 우리 기업 비즈니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1분기 중 발표될 통상전략을 숙지하고 EU 향방에 맞춘 진출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본고는 [EU 집행위, 무역협회 통계, KOTRA 브뤼셀 무역관 자료 종합] 보고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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