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태양광 산업은 외적 규모를 키우는 성장에 집중해 있었다.

그러나, 각국의 정책적 지원의 변화와 태양광 모듈의 공급과잉 등으로 시장환경이 변하고 있고, 적용분야, 기술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로 인해 혁신의 지평도 넓어지고 있다.
이제 태양광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지홍 책임연구원

2011년 서울환경영화제에 초청된 작품 중에 Erik Schmitt감독의 <Solartaxi>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이 작품은 2007년 Louis Palmer라는 스위스인이 18개월간 태양광 택시로 40여 개 나라를 일주하는 것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2007년 당시 신재생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이었다. 이 중 태양광의 시장 규모는 다른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의 거의 10% 수준에 불과했다.1 또한 태양광이 적용되던 분야도 건물의 Rooftop 정도로 제한적이었고, 태양광 자동차는 실험실 수준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속 태양광 택시는 당시에 일반인들에게 태양광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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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Palmer의 Solartaxu를 타고 출근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태양광 시장은 6배 이상 성장하여, 2007년 2.8GW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10년 18.2GW까지 커졌다.2 또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대비 절대적으로 열위에 있었던 가격이나 효율 측면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져, 지금은 그리드패러티 달성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되었다.
지금까지 태양광 시장은 이러한 급격한 성장세 속에, 과연 그리드패러티의 달성시기는 언제인지, 그래서 시장은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였다. 성장성에 대한 이슈는 태양광 산업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태양광 산업이 단순히 외적 시장 규모만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내적 속성에도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태양광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태양광 시장의 변화 움직임

1) 정책적 지원 축소, 시장의 성격을 바꾸다.

최근 각국 정부가 재정부담과 태양전지 생산 단가 하락 등을 이유로 정책 지원 축소를 발표하면서, 태양광 시장 성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사량 부족과 같은 지리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정부 보조금으로 태양광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독일의 경우, 최근 원전폐쇄조치 발표로 다시 태양광 시장에 주목하고는 있지만, 올 초까지 계속된 정부의 보조금 삭감 발표로 2011년은 2010년 대비 시장 규모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을 비롯하여, 이태리, 스페인 등 지금까지 태양광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유럽 국가들의 보조금 축소 움직임은 자칫 태양광 시장성장의 정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중국, 미국 등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 면에서 열세였던 지역들이 점차 중심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어, 기존 중심 시장의 주춤해진 성장세의 영향이 다소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경우, 태양전지 공급에 있어, 이미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생산국인데, 수요 측면에서도 중심 시장으로 부각될 경우,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의 절대적인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태양광이 적용되는 특정한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시장 다변화를 통한 태양광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빌딩에 내장된 형태의 태양광 발전 설비)의 경우, 지금까지는 발전효율 및 투자비 회수 이슈 등으로 투자가 꺼려져 왔다. 그러나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BIPV를 적용하는 건물에 대해서 보조금을 부여하는 정책을 이미 도입해 진행 중이며 기타 다른 국가에서도 2011년부터 유사한 정책을 도입할 예정에 있어,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2000년 초반 1GW도 안되던 태양광 시장이 2010년 18GW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가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었다. 때문에 보조금의 축소로 시장의 양적인 성장은 다소 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금 정책의 변화는 새로운 국가들이 태양광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태양광 적용 분야가 다양해지는 등 태양광 시장의 성격을 바꾸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 공급과잉에도 투자는 지속

중국의 태양전지 생산량은 전 세계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 원가가 너무 높아 2010년 중국 내 발전 비중은 0.1%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2020년에는 태양광 발전 비중을 1.3%까지 확대해 총 설비 용량을 60GW까지 늘릴 계획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발맞추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들도 저마다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표 1> 참조). 이미 결정질 중심으로 시장에서 메이저 10개 기업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이러한 투자 확대는 곧 태양광 산업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와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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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은 수요량을 넘어서는 공급량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공급 측면에서 마진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과잉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태양광 산업에 있어서 공급과잉은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은 저가 수요를 촉진시켜 오히려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태양광 모듈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른 각종 지원 정책과, 기업 차원에서의 수직통합의 이점, 낮은 운영경비 등으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마진 축소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가격하락과 마진 축소에서 중국기업들에 비해 자유도가 낮은 태양광 생산 기업들의 경우에는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해서 고효율 제품을 가지고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이나 정책적 지원이 설치량이 아닌 발전량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장 등을 공략하는 것이 공급과잉의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효율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및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시장이 공급과잉이 되더라도, 양분화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투자는 계속되고, 이를 기반으로 태양광 시장은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3) 태양광, 지붕에서 내려오다

지금까지 태양광은 다른 에너지원 대비 단가가 높고, 효율이 낮아 적용될 수 있는 부문에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주로 대규모 공장이나 건물, 아파트, 주택 등에 설치된 Rooftop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가격도 점점 낮아지고, 효율도 개선되어 대면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되면서 태양광이 적용되는 기기들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태양광이 적용된 휴대폰이나, 모바일 충전기와 같은 소형 기기들은 이미 상용화되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직, 도로 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없지만 하이브리드차나 전기 자동차 등에 대한 높은 관심은 자동차 충전에 태양광을 사용하는 기술 개발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광합성을 모방해 태양광을 이용해서 수소를 얻어내는 인조 나뭇잎 기술, 아프리카와 같이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인공태양섬을 활용해 에너지를 발전하는 기술 등도 신기술로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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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이 적용되는 어플리케이션의 다양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태양광을 적용하는 기기가 다양해지면, 각 분야가 필요로 하는 태양광의 특징, 성질 또한 다양화된다. 이러한 다양화는 기존 결정질이나 박막 기술 이외의 차세대 기술에 대한 니즈를 확대시켜 신기술의 기술 개발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다양한 기기들에 태양광이 적용되면서, 태양광 시장 규모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공급과잉을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4) 3세대 태양전지 기술 상용화로기술 포트폴리오 확대

1세대 태양전지인 결정질이 여전히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대면적화를 통해 기존의 원가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한 2세대 태양전지인 박막 태양전지가 상업용 시장과 유틸리티 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그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와 같은 3세대 태양전지들이, 한국, 일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개발되어 10~11%의 효율로 본격적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경우, 단순한 공정과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율이나 실제 발전단가가 기존의 1세대와 2세대 태양전지 대비 열위에 있어 직접 경쟁은 어렵다. 그러나, 점점 다양해지는 태양광 적용 기기들이 요구하는 기능들을 기존 1세대, 2세대가 만족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3세대 태양전지들은 차별화된 기능을 바탕으로 시장 확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염료감응형의 경우 낮은 입사각에서도 발전이 가능하고, 투명하게 제작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BIPV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3세대 태양전지가 상용화된다고 해서, 현재 1세대, 2세대 태양전지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 비중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다양한 기기들에 태양광의 적용 가능성을 높여주어 태양광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태양광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필요

태양광 시장은 양적 성장 중심의 발전 단계에서 이제 질적 성장으로의 발전 단계에 진입하게 되었다. 외양을 키워가며 동시에 신흥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태양광 기술, 적용기기 등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태양광 시장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1) 신규시장의 수요 확대에 주목

유럽에서 보조금 축소 등으로 시장 성장이 위축되고, 미국, 중국 등의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태양광 시장의 지역 구성에 있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도 신규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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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료 감응형 태양전지 창호

이들 신규 시장은 전기료가 비싸고, 전력 미사용 인구가 많으며, 환경적으로 일조량이 풍부해 태양광 시장이 형성되기에 매력적인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프라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 태양광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시장 형성이 미미했지만, 태양광에 대한 니즈가 형성되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들이 마련되는 등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신규 시장들의 수요 측면에서의 변화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과 맞물려 태양광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2) 소비자 관점에서의 가치 부각

세계 최대의 태양광 전시회인 ‘인터솔라 2011’은 보다 더 싸고, 보다 더 높은 효율을 가진 제품들의 각축장이었다. 다수의 업체들이 효율 19% 이상의 고효율 제품들을 전시했고, 태양광 발전 단가도 이미 1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러한 효율, 단가의 개선으로 그리드패러티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태양광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B2C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일반 소비자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을 통해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됨에 따라, 직접 태양전지를 구입해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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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인터솔라 2011’에 참가한 LG전자 태양광 모듈


지금까지 태양광 시장의 이슈들은 정부 정책, 효율, 수명 등 정책이나 기술 중심적인 측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B2C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태양광이 점점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까워지고, 태양광을 적용하는 기기들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편리성, 디자인, 관리의 용이성, 수명 등 소비자 입장에서의 이슈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가 기존의 결정질이나 박막을 대체하는 주력 기술이 되기에는 효율이나 발전단가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겠지만, 투명해서 유리를 대용할 수 있다거나, 플렉서블한 특성으로 건물의 곡선 면에도 적용이 가능하고, 염료를 이용해 다양한 디자인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소비자 측면에서 효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3) 기술혁신과 더불어 기능혁신 중요

태양광 제품에 있어 발전 단가와 효율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광 산업 초기부터 효율을 높이고, 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혁신이 태양광 산업의 플레이어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술혁신 못지 않게 기능혁신을 통한 시장 대응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공장 단지에 태양전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과 높은 효율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태양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가격과 효율에 앞서, 어떤 기기에 사용할 것인지가 먼저 고려될 것이다. 즉, 태양전지로 휴대폰을 충전하고,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창문대신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지가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양광 적용 기기를 확대시키기 위한 기능 혁신 또한 점점 중요해 질 것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대체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인식되었고, 이 때부터 사람들은 태양광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환경 문제가 전지구적인 과제로 부각됨에 따라 태양광은 가장 유망한 기술 중의 하나로 인식되며,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단순히 ‘환경’이라는 순진한 관점에서 태양광 산업을 바라볼 때는 태양광 시장의 확대 자체가 중요했다. 그러나, 태양광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게 되면 단순한 외양의 확장보다는 제공하는 가치나 기능 측면에 있어서의 혁신적인 변화가 중요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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