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점 '바이오폴리카보네이트' 국산화 시동

 

메인.png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대면적 필름>

 

국내 연구진이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개발하고,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인 비스페놀A(BPA)가 포함된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건 일본의 미쓰비시케미컬이 유일하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도와 강도 등에서 우수하여, 자동차 선루프와 고속도로 투명 방음시설 등 유리 대체용 플라스틱 및 가정용 생활용품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영국왕립화학회의 ‘그린케미스트리(IF:9.405)’ 10월호 표지논문과 2019년 주목할 논문(Hot Article)에 동시에 선정됐다.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 포함
‘석유 폴리카보네이트’ 대체 가능

 

사진1.png

<투명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스마트폰 커버 윈도우 응용 예시>

 

한국화학연구원 울산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제영&#8231;오동엽&#8231;황성연 박사는 식물성 성분인 아이소소바이드와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개발했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인체에 유해한 BPA가 포함된 폴리카보네이트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다보니 시장성 과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특성(투명성&#8231;고강도&#8231;내충격성)을 모두 만족하기 어려웠다.
BPA는 내분비계 교란과 대사 장애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국내에서는 젖병과 화장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BPA는 대부분 폴리카보네이트에 쓰이며, 영수증 용지와 식품캔 코팅소재 등에도 사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아이소소바이드에 보강재 역할을 하는 나노셀룰로오스를 섞어, 석유 폴리카보네이트보다 뛰어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유사한 화합물끼리 서로 잘 섞이는 ‘like-dissolve-like’원리를 적용했다. 즉, 물에 잘 섞이는 ‘친수성’을 지닌 아이소소바이드와 나노셀룰로오스를 섞은 것이다.
우선, 나노셀룰로오스를 아이소소바이드 액상에 미리 분산시킨 후, 나노 복합체 플라스틱 중합 과정을 진행했다. 콘크리트의 철근처럼 보강재 역할을 하는 나노셀룰로오스의 분산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제영 박사는 “바이오플라스틱은 물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식물성 원료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석유 플라스틱보다 우수한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바이오플라스틱의 한계점으로 지적됐던 강도와 투명도 등 플라스틱의 특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인장강도(튼튼한 정도)는 93MPa(메가파스칼)을 기록했다. 현존하는 석유 및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석유 폴리카보네이트의 인장강도는 55~75MPa이며, 일본 미쓰비시케미컬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인장강도는 64~79MPa이다.
또한 플라스틱의 투명도를 나타내는 투과율도 93%을 기록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분산된 나노셀룰로오스가 비결정성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투명도가 높아진 것이다. 보통의 나노 복합체는 불균일한 응집물에 의한 빛의 산란으로 투명도가 감소한다. 석유 폴리카보네이트의 투과율은 90%수준이며, 바이오폴리카보네이트의 투과율은 87%이다.

 

英왕립화학회 ‘그린케미스트리’
10월 표지논문, 2019년 주목할 논문 선정

 

사진2.png

 

<한국화학연구원의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개발 논문이 영국왕립화학회 그린케미스트리 2019년 주목할 논문(Hot Article)에 선정됐다.>

 

 

특히,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되더라도 변색될 우려가 없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에는 석유 폴리카보네이트와 달리 벤젠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선루프 및 헤드램프, 고속도로 투명 방음시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외장재 등 산업용 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기존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쥐 모델을 이용한 염증실험에서 독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어, 의료용 소재로도 적용될 수 있다. 쥐 진피세포에 고분자를 넣어 염증 유무를 실험한 결과, 독성 0~5 수치 중 1을 기록했다. 0에 가까울수록 독성이 낮다.
이에 대해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는 “쥐를 이용한 염증실험에서 독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영유아들이 입에 가져다대도 안전해 장난감, 젖병, 유모차 소재뿐만 아니라 임플란트와 인공뼈 소재로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생산량 기준 석유 폴리카보네이트 시장규모는 연간 500만톤 규모이며, 미쓰비시케미컬의 연간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능력은 2만톤 수준이다. 아직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시장이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번 성과가 상용화로 이어지면 향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녹색화학분야 최고권위지인 영국왕립화학회‘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IF:9.405)’10월호에 ‘Preparation of synergistically reinforced transparent bio-polycarbonate nanocomposites with highly dispersed cellulose nanocrystals(고도로 분산된 셀룰로오스 나노결정을 이용하여 시너지화된 강화 투명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나노복합체의 제조)’라는 제목으로 전면 표지논문에 게재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폐플라스틱 문제, 케모포비아 현상 등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인 바, 국민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화학소재 공인인증센터 구축사업과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저작권자 © INDUSTRY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